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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의 기적, 노숙인을 살린 따뜻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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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만난 '천사'

서울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만난 '천사'

지하철에서의 기적, 노숙인을 살린 따뜻한 손길

지하철에서의 기적, 노숙인을 살린 따뜻한 손길

2025.03.27

2025.03.27


 

Editor 햇살한줌
[마음 온(溫)에어]
 


낯선 듯 익숙한 이야기로 만나는 우리 주변의 진실, 함께라면 변화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비 내리는 거리, 자전거 식당 '요리조리'에서 요리하던 배우 류수영 씨 앞에 한 남성이 다가왔습니다. 

 


"혹시 돈을 낸 사람만 먹을 수 있나요? 저는 집이 없어요. 길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망설임 없이 류수영 씨의 손이 움직였습니다.

 


"사실 장사는 끝났지만, 음식이 많이 남았어요."


류수영 씨의 따뜻한 말에도 노숙인은 걱정했습니다. 자신 때문에 상황이 곤란해질까 봐서였죠.


 

"괜찮아요. 저도 좋아서 하는 거예요." 


이 말에 노숙인은 마음을 열었습니다. 류수영 씨는 특별한 한 그릇을 정성껏 담았습니다.

 


길바닥 밥장사 티저 영상 ©JTBC Entertainment

최근 '길바닥 밥장사' 방송 예고편에서 공개된 이 모습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한국 연예인들이 스페인에서 한국의 맛을 알리는 이 프로그램에서, 배우 류수영 씨은 음식 너머의 더 큰 가치를 보여주었습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건네는 온기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노숙인 문제는 심각한 현실입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겨울 응급 잠자리를 이용한 사람은 하루 평균 389명, 무료 급식 이용자는 1,560명에 달합니다. 류수영 씨처럼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진심을 전한 또 다른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천사


 

지하철 내부 모습(내용과 관계 없음), ⓒAdobe Stock

겨울 새벽, A 씨(66세)는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탑승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운 날씨에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따뜻한 아침을 제공해 주는 무료 급식소 '아침애만나'에 가기 위해 지하철 첫 차에 올라탄 것입니다.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A 씨는 갑자기 발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깜짝 놀라 눈을 떴습니다. 눈을 뜬 A 씨의 앞에는 생각치도 못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한 중년 여성이 A 씨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부르튼 손과 발에 핸드크림을 바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에게도 그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를 그렇게 대해주는 사람은 그분이 처음이었습니다."


여성은 A 씨의 손과 발에 정성스럽게 핸드크림을 발라준 후, 자신이 입고 있던 하얀색 후리스를 벗어 건넸습니다. A 씨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질문을 건넸습니다.

"혹시 교회 다니세요?"


그동안 무료 급식소에서 열정적으로 봉사하는 교회 사람들과 그들의 헌신적인 행동을 자주 보았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이름을 말해주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여성이 주고 간 외투에는 핸드크림만 원짜리 지폐 2장이 들어있었습니다. A 씨는 급식소에 도착하자마자 아침애만나 대표인 구재영 목사님과 봉사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알렸습니다.

여성에게 받은 외투와 외투에 들어있던 2만원. ©이랜드복지재단

녹아내린 단단한 벽

한겨울에도 맨발에 슬리퍼만 신어 손과 발이 모두 부르튼 A 씨에게 급식소 봉사자들은 계속해서 방한용품을 드리려고 했지만, A 씨는 자신이 지금 깨끗한 상태가 아니니, 몸과 마음이 정돈되었을 때 그 옷을 입고 싶다며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지하철 천사가 건네준 외투는 그의 단단했던 마음마저 녹였습니다.

A 씨는 여성이 말해준 교회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이 다니는 교회는 인천 미추홀구의 필그림 교회였습니다. 이 여성이 A 씨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필그림 교회에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필그림 교회에서는 일주일에 사흘 아침애만나 배식 봉사를 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당시에는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아 노숙인과 쪽방촌에 도시락 나눔 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필그림 교회 김형석 담임목사님은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그분은 우리 교회 교인일 리 없다. 천사일 거다' 라고 농담했다고 합니다.


 

'아침애만나'는 개소 후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쪽방촌 주민과 일용직 근로자, 노숙인 등 300여 명에게 든든한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

거리에서 만나는 노숙인에게 다가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도움의 손길에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 잘 씻지 못해 나는 냄새 때문에 피해 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익명의 천사는 선입견을 뛰어넘어 노숙인의 손과 발을 직접 만지고,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입혔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이름도, 보상도 필요로 하지 않나 봅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보이지 않는 천사들의 발자국이 남아있습니다.